2015.07.20 - 2015.07.23

여행의 기록 #2

 

 

오늘 가장 중요한 소지품 - 어제 삿포로역에서 미리 끊어놓은 후라노·비에이 프리티켓.

 

 

다른 날은 계획이랄 것도 없이 가고 싶으면 가고 피곤하면 말고- 정도로 슬렁돌아 다녔다면,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일정이 빡빡하다 -_-

 

넓은 비에이와 후라노를, 하루만에 차도 없이 대중교통(+자전거와 도보)만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파노라마 로드에서 자전거도 타고 싶고, 시키사이노오카도 가고 싶고, 아오이이케도 보고 싶고, 팜도미타도 가고 싶었다!!

 

그래서 미리 열차와 버스 시간에 맞춰서 짜놓은 일정을 n드라이브에 넣어놨는데(심지어 플랜1과 플랜2 두 가지ㅋ..)

당일 아사히카와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일정을 뒤엎었다.

점심 먹을 시간도 빼버림 ㅋㅋㅋㅋ 바쁨바쁨

 

그래서 나온 최종 일정표 (.. )

열차시간이나 버스시간을 놓칠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히 일정대로 클리어 ;)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첫차가 6시 51분.

거의 4시쯤 일어나서 준비해서 나갔더니, 6시 반도 되기 전에 삿포로 역에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아침으로 먹을 걸 사서(편의점에 연어초밥이 있다니! 하고 사보았으나, 다음부터 이런 건 안먹는걸로..)

슬렁슬렁 승강장으로 올라가보니, 벌써 몇 명이 특급열차를 타려고 줄을 서있다.

라벤더 시즌에 특급열차를 타려면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시간을 딱 맞춰갔다간 자리가 없어서 한 시간 넘게 서서 가는 수가 있다..

 

 

아사히카와에서 보통열차로 환승해서 도착한 비에이 .

 

역 바깥으로 나왔더니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마츠우라쇼텐이 보임.

여기서 빌릴까 하고 기웃거려 봤는데.. 일단 나와 같은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자전거를 대여하려고 줄을 많이 서 있고;

(일찍 가서 자전거가 남아 있긴 했지만, 시간 안맞으면 자전거가 없어서 못 빌릴 듯)

주인 분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 자전거도 왠지 오래된 것 같아 보여..

 

그냥 역 뒷쪽에 있는 자전거 렌탈 샵에서 빌리기로 한다.

역 뒤로 넘어가야 하는데 선로 건너편으로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헤매다가 결국 역무원에게 물어봄;

아래 사진의 뾰족 지붕의 통로로 넘어가면 되는데

역에서 나와서 왼쪽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 쪽으로 쭉 더가면 선로 건너는 통로 입구가 있다.

 

 

통로를 건너 밖으로 나오면 자전거 렌탈샵 하나 더 보이는데,

여기는 주인 분도 젊고, 자전거도 새 거! 배터리도 신형이라고 한다! 이쪽으로 가길 잘 했어 :)

(카레 우동이 유명한 코에루의 바로 옆에 있다... 카레우동.. 당연히 못 먹음. 바쁨 ㅜㅜ)

 

이 렌탈샵에 있는 자전거는 전부 전동 자전거라고 한다. (마츠우라쇼텐 쪽에는 전동 자전거가 아닌 일반 자전거도 있음)

렌탈 서류를 작성하고,

시키사이노오카까지 가고 싶다고 했더니, 열심히 달리면 2시간, 천천히 가면 3시간 정도 걸린다길래

서류엔 일단 2시간으로 적어 놓고 돌아오는 시간을 봐서 요금을 내겠다고 했다.

요금은 선불로 내도 되고 후불로 내도 되는 모양.

 

10시 조금 안되서 빌렸는데 시작 시간은 10시로 해주신다고 함 ㅋㅋ

전동 자전거 작동 방법도 알려주긴 했는데,

자기네 배터리는 신형이라 3시간 정도는 계속 켜놓고 다녀도 배터리 남는다고 그냥 계속 켜놓고 다니라고 하심 ㅋㅋㅋ

한글로 된 지도에 형광펜으로 시키사이노오카까지 가는 길과 혹 시간이 남으면 가보라고 다른 추천 루트도 표시 해줬다.

 

여기는 좀 오르막 길이고, 이쪽 길이 더 경치가 좋고, 이쪽 길은 경치는 별론데 좀 더 편한 길 등등..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길 잃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배웅해주셨다ㅋㅋㅋ

 

 

전동자전거라 조금만 밟아서 슝슝 나가서 엄청 기분이 좋다.

볕도 강하지 않고, 많이 덥지도 않고, 흐린 날씨여서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비에이에 다시 오면 그때도 자전거로 돌아다닐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걸 하나만 꼽으라면 비에이에서 자전거 탄 것!

 

출발하기 전에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사갔는데 완전 유용함.

챙에 와이어가 들어 있는 거라, 유선형(?)으로 모양을 잡아서 꾹꾹 눌러썼더니 자전거 타고 빨리 달려도 왠만해서는 안벗겨지더라.

(맞바람 세게 불 때 한 번 벗겨짐ㅋㅋㅋㅋ 엇,엇, 하고 자전거 세워놓고 모자 주으러 감ㅋㅋ)

 

이번 여행에서 유용하게 쓴 물건 첫번째는 샤오미 외장 배터리, 두번째가 밀짚모자인듯.

세번째는 샤오미 usb선풍기 (이 동네 버스는 냉방을 안하나 엄청 덥다 -_-)

샤오미 아리가또★

 

 

 

 

 

 

작은 강도 건너고, 너른 초록 들판을 지나, 철길도 건너고.. 쭉쭉 길을 따라 달려오긴 했는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왜 이정표도 하나 제대로 없는 것이냐.

비슷비슷한 풍경이 계속되니까 내가 어디쯤 왔는지, 현재 위치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고, 지도는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임 ㅋㅋㅋㅋㅋ

 

제대로 가고 있나 나를 한참 의심하던 와중에, 반가운 표지판!

시키사이노오카 알파카 목장→

제대로 가고 있다 ㅜㅜㅜㅜㅜ

 

 

 

예쁘게 생긴 이 건물이 보이면 곧 시키사이노오카.

with you라도 되어있고 지도에도 나오는데,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다..

 

 

시키사이노 오카에 있는 알파카 목장 알파카들

쓰다듬어도 얌전하고 귀여워 :)

사람들이 잎채소를 먹이로 주니까, 이걸 먹으려고 울타리 사이로 고개들을 엄청 내밀고 있다 ㅋㅋ

 

 

 

 

 

시키사이노오카도 라벤더가 한창!

일부러 라벤더 개화 시기에 맞춰서 간 보람이 있다. 내가 갔을 때가 딱 라벤더가 절정인 시기.

 

 

 

 

 


화창했으면 더 예뻤을텐데.

 

넓어서 천천히 걸어다니면 좋을 것 같았는데, 밖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걱정이 되서 엄청 빠르게 걸어다녔다.

자전거에 열쇠로 잠그는 게 있던데, 왜 열쇠 안줬지?

자전거로 온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헷갈려서 내 자전거를 가져가버리거나, 누가 훔쳐갈까봐 천천히 둘러보질 못했음..

 

게다가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버스 시간도 늦을 것 같아서 멀리까지는 못둘러보고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멍멍이.

아까 본 빨간 통나무집.

 

 

 

렌탈샵에 다와가는데 아직 70%나 남은 배터리!

그리고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한다.

 

12시 정각에 반납!

엄청 빡세게 달리진 않았다. 중간 중간 예쁜 곳에선 멈춰서 사진도 찍고, 천천히 다녀온 것 같은데

2시간 반 안걸려서 갔다 올 수 있었다. 전동자전거 최고)/

 

내가 탔던 귀여운 자전거:)

반납하러 오니까 자전거가 한 대도 안남아있었음.

진짜 타이밍 잘 못 맞춰오면 자전거가 없어서 못빌릴 것 같다..

 

 

 

 

 

자전거 반납하고 나니까 아오이이케로 가는 버스 시간이 다되가는데, 정류장 위치를 몰라서 또 급하게 역에 들어가서 물어봄..

역 안에 정류장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안내문이 있었다!

아오이이케에 가려면 비에이 역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시로가네온천 행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사진의 빨간 말풍선 표시가 있는 정류장!

 

아오이이케에 갈 수 있는 도호쿠39번버스 시간표 http://time.ajnet.ne.jp/busstop.hpml?rno=39&comp=1&si=10&bno=1748&bnoa

하루에 버스 네 대 있다.. 놓치면 일정이 망함.

 

39번 버스의 승객은 80%가 아오이 이케에 가려는 관광객인 것 같았다.. 나머지는 시로가네 온천에 가는 사람들과 극소수의 동네주민.

12시 11분 버스를 탔는데 예정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아오이이케입구 정류장에 도착했다.

1시 9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늦고 말이야 ㅜㅜ

 

정류장에서 아오이이케까지 걸어들어가는데 비까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한다.

가는 길에는 손가락만한 형광 연두색 송충이도 있다 ㅇ<-<

 

 

흐리고 비오는 날씨에도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묘한 푸른색의 물빛을 보여준 아오이이케

 

맑은 날에 오면 더 짙고 예쁜 푸른색을 볼 수 있다는데,

빗방울이 퐁퐁 떨어지는 아오이이케도 너무 좋다. 어쩜 물 색이 이런걸까

 

그냥 쭉 걷기만 한다면 10분도 안걸릴(10분이 뭐야, 5분..?) 작은 호수인데

너무 예뻐서 하염없이 보고 있고 싶었다.

 

올 때 탔던 버스가 시로가네 온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걸 타야해서

시간이 너무 촉박한게 아쉬웠다. 

 

언젠가 맑은 날 다시 올 수 있기를.

 

 

 

 

 

 

 

 

 

작지만 예쁜 비에이역.

팜도미타 갔을 때까지 비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비에이역에 도착하니까 비가 딱 그쳤다. 다행.

 

다시 보통열차를 타고 후라노로 넘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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